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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mi人

'석유화학공장'이란 그림을 그리는 화가, 한화토탈 자동화팀

자동화팀이라는 부서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라는 것이었는데요. 자동화라는 단어가 다양한 이미지를 연상시킬 수 있는 친숙한 단어지만 과연 석유화학공장에서는 어떤 것이 자동화된다는 것인지 쉽게 와 닿지는 않았죠.

 

한화토탈 자동화팀 직원들이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지 살펴보기 전에 먼저 석유화학산업의 큰 그림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석유화학산업과 관련된 업종은 크게 정유사와 석유화학사, 그리고 석화사에서 생산된 원료를 가공하여 최종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사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정유사는 원유를 들여와 정제하여 경유 및 휴발유 등 에너지제품과 석유화학공장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를 생산, 공급합니다. 석유화학업체들은 나프타를 공급받아서 에틸렌, 프로필렌, 방향족제품 등의 기초 원료와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파라자일렌, 스타이렌 모노머 등의 중간 원료를 생산하게 됩니다. 제조사들은 이 원료를 제공받아 각종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게 되는 것이죠.

 

최근들어 저유가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유화산업의 글로벌 경기가 좋은 편이기는 하나 셰일가스, 석탄 등 나프타에 비해 훨씬 싼 원료로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해외 경쟁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우리나라 석유화학업체들은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셰일가스는 나프타 대비 원가경쟁력이 3분의 1 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향후 유가가 다시 상승하게 된다면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하는 공장들은 셰일가스 베이스 공장들보다 뒤쳐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죠. 유가가 높아져서 셰일가스의 원가경쟁력이 강화되고 나프타 베이스 공장들이 하나 둘씩 문을 닫게 된다면 나프타의 수요도 줄어들어서 나프타 가격 또한 점진적으로 하락할 수 밖에 없습니다. 끝까지 버틸 수 있는 일부 나프타 베이스 공장들은 싼 가격의 나프타를 토대로 셰일가스와의 경쟁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된다는 의미죠.

 

석유화학공장은 어떤 제품을 주력으로 정하겠다라는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난 후 이를 위한 공장을 건설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공장을 짓게 되면 의사결정을 번복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때 이미 미래 경쟁력의 95%가 결정됩니다. 나머지 5%는 바로 어떻게 공장을 운영하는가에 달려있죠. 그리고 이 5%가 공장의 생존을 좌우하게 됩니다.

 

결국 셰일가스 업체들의 거센 파고를 넘어 경영활동을 이어나가는 업체가 되기 위해서는 같은 가격의 원료로 보다 많은 양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운영능력과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한데 바로 자동화팀이 이 미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소개해드릴 자동화팀의 업무는 바로 플래닝(Planning)입니다. 석유화학회사의 경영활동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원료 구매인데요. 시황을 모니터링하면서 공장의 운영상황에 알맞게 적절한 규모의 원료를 구매해야 합니다.

 

 

원료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 공장에 가장 알맞은 스펙을 갖춘 원료인데요. 이런 종류의 원료는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경쟁업체들도 모두 원하는 원료이기 때문에 대체로 비쌉니다. 다른 하나의 원료는 스펙이 딱 맞지는 않아 생산 수율이 떨어지지만 값은 싼 원료죠.

 

지금 어떤 원료를 구매해야 할지는 제품시황이나 공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제품시황이 별로 좋지 않다면 굳이 최대치의 생산량을 확보할 필요는 없으므로 수율이 조금 떨어지지만 값이 싼 원료를 구매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처럼 원료 구매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플래닝이라는 업무입니다. 플래닝 업무에서 중요한 것이 플래닝 모델의 구성과 정확도인데 이를 자동화팀이 주도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실제 원료 구매는 플래닝 툴의 결과를 활용하여 구매, 생산기획, 영업 등의 부서가 함께 참여하여 의사결정하게 됩니다.

 

이렇게 구매한 원료는 통상 2주 정도 저장하게 되는데 이 원료를 공장에 시의적절하게 공급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각 영업부서의 제품별 판매계획이나 각 단위공장들의 이벤트나 이슈 등을 파악해서 적절한 양을 생산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시스템, 바로 이를 지원하는 것이 자동화팀의 또 다른 업무인 스케줄링(Scheduling) 시스템입니다.

 

실시간 최적화라는 업무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NCC공장(나프타 분해설비, 석유화학공장의 대표적인 단위공장)에 나프타를 투입할 예정이라면 공장을 어떻게 운전하느냐에 따라 에틸렌, 프로필렌 등 생산제품의 비율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NCC공장을 운영하는 엔지니어들이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죠. 만약 지금이 에틸렌의 가격 시황이 좋다면 당연히 에틸렌 생산량을 확대하는 것이 이익이겠죠. 실시간 최적화는 이처럼 그때그때 공장 운영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각 업무는 의사결정을 하는 기간의 단위가 다릅니다. 원료 구매로 대표되는 플래닝이 월 단위라면 원료 저장 및 공급에 해당하는 스케줄링은 2주 단위, 실제 생산량 조절 등을 다루는 실시간 최적화는 1시간 단위로 의사결정하게 됩니다.

 

한화토탈 자동화팀 이우조 팀장님은 플래닝은 지난 2004년 국내 석유화학회사 중 한화토탈이 최초로 시작했으며, 스케줄링은 국내에서 한화토탈만 수행하고 있다며 한화토탈 대산공장의 높은 자동화 수준을 귀띔해 주셨습니다.

 

석유화학공장에서 생산되는 각종 원료는 일정 수준 이상의 순도, 또는 스펙을 갖춰야 하는데요. 예를 들어 에틸렌 품질 기준치인 순도가 99.95%라면 이 순도를 맞춘 제품만 판매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순도 99.99%를 갖췄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에틸렌을 구매하며 재가공하는 고객사의 공장도 99.95%의 순도에 맞춰 공장 시스템이 세팅되어 있기 때문이죠. 즉 더 높은 순도가 다운스트림의 공장 운영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며, 때문에 더 높은 순도를 갖췄다고 비싸게 판매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공장을 운전하는 직원이 수동으로 일일이 운영조건을 변경하여 순도 99.95%에 딱 맞춰 생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자동화 시스템이 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습니다. 수동보다 컴퓨터로 운전 시스템을 컨트롤하게 되면 스펙의 오차범위가 줄어들게 되고 이렇게 획득한 생산환경의 여유는 실제 생산량을 늘리거나 에너지 투입을 줄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것을 바로 자동화팀의 또 다른 업무, 선진제어라고 부릅니다.

 

플래닝, 스케줄링, 실시간 최적화, 그리고 선진제어까지. 공장 운영의 의사결정을 위해 자동화팀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를 알아봤는데요. 자동화팀이 하는 중요한 업무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제품의 가치와 가격 추이, 원료의 수율과 필요량 등 이 모든 조건들을 종합하여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는 일이죠. 이렇게 만들어진 모델은 구매, 생산 등의 현업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한화토탈 자동화팀은 공장을 운전하는 직원들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Operator Training Simulator(OTS)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업무도 맡고 있습니다. OTS는 항공기 조종사들이 받는 모의조종훈련을 떠올리면 되는데요. 가상의 공장운전공간을 만들어 운전원들이 가상의 공장 운영 상황을 경험하고 대처능력을 높이는 프로그램입니다. NCC공장, 방향족1·2공장 등 큰 공장은 이미 도입을 완료했으며 다른 유화업체들도 메인공장은 모두 OTS를 갖춰 훈련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화토탈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모든 단위공장까지 OTS를 갖춘다는 중장기 목표를 세웠습니다.

 

 

100만평에 달하는 대규모 공장을 한 치의 오차없이 운영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자동화팀. 자동화팀에서 일하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요? 한화토탈 자동화팀 김승혁 과장님은 Mat-Lab, 포트란, C++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코딩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비단 자동화 업무뿐만 아니라 실제 공장을 운영하는 데에도 꼭 필요한 능력이 바로 프로그래밍이라며 프로그램을 통한 공장 운영 최적화에 더욱 깊이있는 공부를 하다 보면 석유화학공장을 돌리는데 있어서 중요한 포인트를 캐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팁을 줬습니다.

 

자동화팀 업무에 대한 소개를 들으면서 화가가 떠올랐어요.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한 뒤 세밀한 음영 등을 표현하는 한 폭의 유화를 그리는 화가의 모습이 오버랩되었습니다. 앞으로도 한화토탈의 경쟁력을 한층 업그레이드시키는 자동화팀의 활약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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