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모니아의 새로운 변신
작년 이맘때쯤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요소수 사태를 기억하시나요? 전국적인 요소수 품귀현상으로 인해 택배차, 화물차는 물론이고 구급차나 소방차까지 멈출 수 있어 공공서비스 마비라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요소수의 주원료가 되는 것이 바로 암모니아인데요. 요소수를 비롯해 곡물 재배에 필요한 비료로 쓰여왔던 암모니아가 최근에는 미래의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고 합니다. 암모니아가 어떻게 그린 에너지로 부상하게 되었는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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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모니아, 악취 이미지? 이젠 지구 살리는 녹색 이미지!
암모니아라고 하면 흔히 화장실 악취, 삭힌 홍어의 톡 쏘는 향 등 코를 부여잡게 하는 자극적인 냄새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암모니아는 이렇게 독특한 냄새가 나는 무색의 가벼운 기체이면서 물에 잘 녹아 암모니아수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자식은 NH3 로 수소 원자 세 개가 정삼각형을 이루고 그 중심에 질소 원자 한 개가 삼각뿔 형태를 이루고 있습니다. 녹는점은 -78°C, 끓는점은 -33°C입니다.
암모니아란 이름이 붙게 된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태양신 암몬(또는 아문, Amon)의 신전 인근에는 염(염화암모늄)이 많이 산출되었다고 합니다. 이를 ‘암몬의 소금’이라고 부르던 것이 ‘암모니아’의 유래라고 하는데요. 신전에 예배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당시 주요 교통수단인 낙타를 타고 모여들었는데, 주인이 예배를 보는 동안 근처에 묶여 있으면서 방뇨와 배설을 한 것이 땅 속에 스며들어 암모니아염인 염화암모늄을 형성하게 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이렇듯 암모니아는 ‘냄새, 분뇨’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여기서 잠깐! 그간 암모니아를 악취나는 이미지로만 생각하셨다면 앞으로는 생각이 크게 달라지실 겁니다. 암모니아가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에너지로 활용가치가 높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시대에 에너지 구원투수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죠.
에너지원으로서 암모니아는 여러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암모니아는 그 자체로 연료로 활용될 수 있으며, 연소시킬 때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연료입니다. 보관과 수송, 취급이 편리하다는 점도 큰 이점인데요. 상온에서 10기압이라는 낮은 압력으로도 액화시킬 수 있어 운송과 저장이 편리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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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모니아, ‘수소 캐리어’로 주목받다!
암모니아가 전세계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수소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다가올 에너지 고갈의 시대에 수소는 가장 구하기 쉽고 풍부하며 무공해 에너지원이라 고갈될 염려도 없고 친환경적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수소는 부피당 에너지 밀도가 낮고 가연성과 폭발위험이 높아 수송, 저장, 취급 등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이러한 수소를 저장하고 운반하는 매개체로서 떠오른 것이 바로 암모니아입니다. 암모니아는 질소와 수소의 화합물이라 수소와의 호환성이 높은데다 수소에 비해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는데요. 첫번째는 높은 액화 온도입니다. 수소는 영하 253도에서 액화되지만, 암모니아는 영하 33도면 액화되기 때문에 적은 에너지로도 수송과 저장이 쉬운 액체상태로 전환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수소에 비해 단위 부피당 1.5~2배 더 저장이 가능하고, 한번에 운송 가능한 양도 약 70% 가량 더 많아 대용량 저장과 장거리 운송에 유리합니다. 수소의 치명적 단점인 폭발성 역시 매우 낮아 안전한 에너지원이기도 합니다.
이미 전세계적인 운송, 유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조건입니다. 인류는 매년 약 2억톤 가량의 비료 생산을 위해 암모니아를 상업적 용도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추가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없이 전세계 120개 항구에 암모니아 터미널이 설치되어 있는 등 현재의 대량 생산 설비만으로도 충분한 제조 기반을 갖추고 있는 것이지요.
이렇듯 제조, 저장, 수송과정이 단순하고 생산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수소를 암모니아로 전환해 운반하고 다시 수소로 전환해 활용하는 것이 수소 자체를 수송, 저장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랍니다. 에너지원으로 인정받게 된 것은 수소보다 비교적 최근이지만, 여러 장점 때문에 수소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요.
암모니아가 인류에게 큰 도움을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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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에도 암모니아에도 색깔이 있다
한편 수소가 이미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에너지원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을텐데요. 아직까지는 수소를 생산할 때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있어 완전한 친환경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수소는 생산하는 방식에 따라 그레이, 브라운, 블루, 그린 수소로 나뉩니다. 먼저 ‘그레이 수소(gray hydrogen)’는 천연가스를 고온·고압 수증기와 반응시켜서 물에 함유된 수소를 추출한 개질수소(reformed hydrogen), 또는 석유화학 공정 중 나프타 분해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말합니다. ‘브라운 수소(brown hydrogen)’는 갈탄이나 석탄을 태워 생산하는 개질수소입니다. 그레이 수소와 브라운 수소는 모두 화석연료를 활용하므로 생산 과정에서 일정량의 탄소를 배출하게 됩니다.
‘블루수소(blue hydrogen)’는 그레이 수소와 같이 화석 연료를 활용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해 탄소 배출을 줄인 수소를 말합니다. 그레이 수소 대비 절반 이하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궁극적 지향점인 ‘그린수소(green hydrogen)’는 신재생 에너지로만 생산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제로인 수소를 말합니다. 풍력이나 태양열 같은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을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하여 수소와 산소로 분리시키는 수전해 방식으로 생산된 수소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수소로부터 암모니아를 생산하면 마찬가지로 그레이·브라운·블루·그린 암모니아가 됩니다. 세계 에너지 업계가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그린 수소 생산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그린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방식 역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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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암모니아, 차세대 에너지계 블루칩으로 등극!
그러나 그린 암모니아 생산에 필요한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는 고비용의 생산설비가 필요하며 에너지 확보가 안정적이지 못합니다. 아직 경제성이 낮고 수급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기존 천연가스를 이용하되 탄소포집기술(CCUS)을 통해 배출되는 탄소량을 줄이는 하이브리드형 에너지, 블루 암모니아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추가적인 고성능 수전해 설비가 필요한 그린 암모니아에 비해 블루 암모니아는 기존 시설에 암모니아 제조 공정과 CCUS 설비만 추가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관련 업계가 블루 암모니아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도 현실적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여주면서 가장 경제적으로 암모니아를 생산할 수 있어 수소경제 전환 과도기에 현명한 연결고리가 되어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탄소배출 넷 제로로 가는 길에 꼭 필요한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는 탄소를 포집·활용·저장하는 기술로 산업활동을 유지하면서도 저탄소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대안입니다. 2050년 탄소중립 사회를 달성하기 위해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 기술이죠. 화석연료를 연소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압축한 뒤 저장하거나 화학소재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한다면, 어쩔 수 없이 탄소를 배출하더라도 이를 포집해 재활용하기에 결과적으로는 순 배출량 제로를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탄소 포집 기술을 더 가까이에서 알고 싶다면?
오늘은 악취 꼬리표를 떼고 친환경 에너지로 재조명받는 암모니아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요즘과 같은 에너지 대전환의 시대에 점점 다양한 에너지원이 공존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암모니아가 과거 인류를 대규모 기아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듯이, 이번에도 한번 더 인류를 에너지 고갈 문제로부터 구원해줄 수 있을까요? 암모니아를 둘러싼 에너지 행보를 함께 지켜보겠습니다.
종합 케미칼 & 에너지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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