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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miLOG

[쉽게 읽는 과학 1] 열역학 0법칙

 

안녕하세요, 지금부터 열역학법칙에 대해서 쉽게 설명 드릴 한화토탈 공정연구팀 심상현 과장이에요. 열역학하면 많은 수식이나 통계적인 원리 등이 등장해서 많은 분들이 어렵게 느끼는데요. 네, 사실 깊이 들어가면 저도 어려워요. 복잡한 수식이 등장하면 저도 머리가 아프답니다.

 

하지만 다행인 건 열역학이라는 학문이 그래도 주로 거시적인 세계를 다룬다는 거에요. 거시적인 세계라는 것은 여러분 눈에 보이는 세계라는 것으로써 보이는 그대로 이해할 수는 있다는 거에요. 제가 생각하는 정말 어려운 건 역학 중에서도 양자역학이지요. 이건 도저히 저의 경험과 상상을 동원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게 많아요.

 

각설하고 지금은 열역학의 가장 기본적인 법칙에 대해서 경험에 미루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얘기하려고 해요.

 

 

01

'열역학'이란 무엇일까요?

 

 

열역학에 대해서 말씀드리기 앞서, 역학이란 건 무엇일까요? 역학이란 힘과 운동을 설명하는 학문이에요. 뉴턴의 법칙에서 출발하는 거시적인 물체의 운동을 설명하는 고전역학부터 조금 전에 말씀드린 미시적인 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도 역학에 속하는 학문이지요.

 


여기서 힘과 운동은 결국 어떤 물리적인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과 결과라고 할 수 있는데 열역학은 열과 에너지를 물체의 온도나 상태와 관련 지어서 설명하는 학문이에요. 힘이 물체에 작용하면 물체가 운동을 하듯이 열과 에너지가 물체에 작용하면 물체의 온도나 상태가 변하게 되거든요. 이것을 설명하는 학문이 열역학이랍니다.

 

따라서 열역학은 여러분의 일상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랍니다. 냉장고에서 얼음을 얼리는 것부터 비구름이 생기는 원리까지 열역학이 밀접하게 작용하고 있고요, 한화토탈과 같은 석유화학회사에서 다루는 많은 화학 반응부터 분리 공정까지 역시 열역학이 기본 원리로 우뚝 서 있지요.

 

쉽게 소주를 예로 들어볼게요. 소주는 쌀로 만든 청주를 증류해서 청주 속의 알코올 성분을 더욱 많이 분리해 낸 것인데요. 이때, 증류는 청주를 끓이고 식히는 과정인데 이때 열을 가하고 (끓이고) 제거하는 (식히는) 과정에서 알코올과 물의 상태는 다르게 변해요. 여기서 물에 비해서 알코올을 많이 끓여서 식혀내면 소주가 되는 것이지요. 어때요? 감이 오나요?

 

 

02

열역학 0법칙이란?

 


그럼 진짜 지금부터 열역학 법칙을 소개해드릴게요. 그런데 열역학 법칙이라고 하면 3가지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4가지라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바로 열역학 0법칙 때문인데요. 제일 나중에 나온 법칙이지만 먼저 나왔던 1, 2, 3법칙에 비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원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0법칙이라는 지위를 얻은 법칙입니다.

 

열역학 0법칙은 “물질 A와 B가 접촉하여 서로 열 평형을 이루고 있으면 이 둘은 열적 평형 상태에 있으며 알짜 열의 이동은 없다”는 법칙이에요. 여기서 ‘알짜’라는 말은 잊어버리고 ‘열의 이동이 없다’고 이해해도 좋아요. ‘알짜 열의 이동이 없다’는 말은 ‘실질적으로 작용하는 열의 이동이 없다’는 말인데 미시적인 관점에서는 열의 이동이 있을 수 있어도 그만큼 상쇄되는 반대 열의 이동이 작용한다는 것으로 결국 거시적인 입장에서의 열의 이동은 없다는 말이거든요.

 

여러분, ‘알짜 힘’이라고 아시죠? 어떤 물체를 오른쪽으로 당기는 만큼 같은 힘으로 왼쪽으로 당긴다고 생각해보세요. 이때, 이 물체의 운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힘은 사실 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이때 여기에 실질적으로 작용하는 힘을 ‘알짜 힘’이라고 하지요.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면 돼요. 그럼, 열역학 0법칙을 다시 말하면 “접촉해서 열 평형을 이루고 있는 물체는 열적 평형상태에 있다고 하며 이때 두 물체 간 열의 이동은 없다”라고 말할 수 있어요.

 

으잉?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요? 실제로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서 열역학 0법칙을 법칙에 포함시키지 않는 사람도 많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러한 개념이 바탕에 있어야 열역학에 대한 탐구가 가능한 것이지요. 

 

 

03

사례 1) 열에너지와 열의 평형

 

 

그리고 이러한 당연한 개념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아요. 가령, 20℃ 똑같은 냄비가 2개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하나에는 물이 가득 들어 있고 하나는 절반만 들어있어요. 100℃까지 똑같이 가열한다고 생각했을 때, 어떤 것이 더 오래 걸릴까요? 여러분은 경험에 의해서 정답을 잘 알고 있을 거에요. 당연히 물이 가득 들어있는 냄비를 가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많이 걸릴 거에요. 물이 가득 들어있는 냄비가 더욱 많은 열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러한 열에너지의 양이 열의 평형을 알려줄까요? 그렇지 않아요. 100℃까지 가열된 두 냄비의 물을 같이 섞어보세요. 둘 다 여전히 100℃일 거에요. 어느 것 하나 온도가 더 올라가거나 내려가지 않고 같은 온도로 섞인 두 물은 같은 온도를 유지할 거에요. 이것이 바로 열의 평형이랍니다. 물질이 가지고 있는 열에너지의 양과는 열의 평형이 무관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에요. 이러한 기준을 확립한 것이 열역학 0법칙입니다.

 

즉, 열역학 0법칙에 의해서 열적으로 평형이라는 것은 열에너지의 흐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지 열에너지 양이 같다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또한 앞의 예시에서 온도라는 개념이 열의 평형을 보여주는데 얼마나 중요한 개념인지도 알았을 것입니다. 이러한 개념이 바탕이 되어야 우리는 열과 관련된 법칙을 보다 정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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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2) 위치에너지 양과 평형

 


재미있는 건 이러한 개념은 우리 주변에 많이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죠. 바로 열이 에너지의 한 형태로서 다른 에너지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다는 것인데요, 댐에 있는 물을 생각해 볼까요?

 

200m 높이의 수영장 크기만한 물이 있는 댐 A가 있어요. 똑같은 높이에 다른 댐 B에는 월드컵 경기장 크기만한 물이 있어요. 양쪽 댐에서 전기를 생산한다면 어떤 댐이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B댐이겠지요. 똑같이 물을 흘려 보내 전기를 생산하다고해도 B댐이 훨씬 오래 흘려 보낼 수 있을 테니까요. 이 것은 B댐의 위치에너지의 양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두 댐의 물을 연결해보세요. B댐의 위치에너지 양이 더 많다고 B댐의 물이 A댐으로 흘러가지는 않겠죠? 여기서 두 댐의 위치에너지에서 평형을 설명하는 건 바로 댐의 높이에요. 높이가 같으면 위치에너지는 평형을 이루는 것이지요. 하지만 높이가 같다고 절대로 위치에너지의 양이 같다는 말은 아닙니다.

 

건전지를 살펴볼까요? AA 건전지와 AAA건전지 모두 1.5V의 전압을 가져요. 하지만 같은 용도로 사용한다면 크기가 큰 AA건전지가 오래 사용이 가능하죠. 이 역시 전기 에너지의 평형을 설명하는 것은 전압인 반면, 전압이 같다고 전기 에너지의 양이 같은 건 절대 아니랍니다.

 

어때요? 열역학 0법칙이 조금은 이해되셨나요? 조금 어렵기도 하지만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저는 열역학 1법칙을 소개하는 글로 다시 찾아올게요~

 

(글: 한화토탈 심상현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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