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초반만 하더라도 석유가 고갈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렸습니다. 당시 전 세계는 석유가 주도하는 화석 연료 시대의 종말에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에너지를 찾는 데 몰두했는데요. 하지만 셰일 혁명이라고도 불리는 ‘셰일오일’의 등장과 함께 에너지 대란에 대한 걱정은 다시 미뤄졌습니다.
물론 정확히 말하면 셰일오일이 2000년대에 새롭게 등장한 것은 아닙니다. 이미 1800년대에 발견됐지만 당시 셰일오일 추출 기술의 한계로 경제성이 낮아 오랫동안 개발이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오며 채굴기술의 발달로 셰일오일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고, 현재 셰일오일은 향후 60년 넘게 전 세계 인류가 사용할만큼 매장량이 풍부하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셰일오일이란 무엇이며, 왜 셰일오일이 국제유가에 국제유가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01
셰일오일이란?
셰일오일은 전통적인 원유보다 훨씬 더 깊은 지하 3,000m의 암석층에서 뽑아내는 원유인데요. 다시 말하면 셰일은 모래와 진흙 등이 단단하게 굳어진 퇴적암층을 뜻하고, 이러한 셰일 중 석유를 품은 셰일에서 뽑아낸 원유를 셰일오일이라고 합니다(미디어에서는 셰일가스, 셰일오일을 구분하지 않고 넓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지만, 추출 대상과 추출 방법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 수압파쇄법: 고압의 물을 주입하여 지하의 암석을 파쇄하는 기술
* 수평시추법: 셰일과 같은 퇴적층에 철근 콘크리트 관과 같은 관체 자체를 수평으로 밀면서 굴착하는 방법
셰일오일은 초기에는 단단한 셰일층까지 뚫고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외면받았지만, 수압파쇄법과 수평시추법이라는 혁신적인 채굴 방법이 등장하며 경제성이 높아졌고 결국 기존 원유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기존의 원유가 중동지역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 집중되어 있었던 것에 반해 셰일오일은 비교적 전 세계에 골고루 분포돼 있다는 것입니다.
02
셰일오일과 국제유가
셰일오일 매장량이 가장 높은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순으로 비중동지역 국가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이 풍부한 매장량과 개발에 유리한 지리적 조건, 전통적으로 발전된 석유개발 기술을 바탕으로 셰일오일계의 선두주자로 나서자 전 세계 에너지 패권의 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 9월 미국은 처음으로 석유 수입량보다 수출량이 앞서기 시작했고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1,200만 배럴을 돌파했습니다. 현재 에너지 독립을 넘어 에너지 패권까지 넘보고 있는 미국은 막대한 셰일오일 매장량을 기반으로 한 원유 생산으로 국제유가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밝힌 미국 셰일오일&셰일가스 생산 비중 예측자료(출처: statista)
2012년을 기점으로 미국이 생산하는 셰일오일이 원유 시장에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국제유가는 엄청난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2014년 배럴당 100달러(두바이유)에 육박하던 유가는 2016년 30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물론 셰일오일이라는 하나의 변수가 국제유가를 폭락시켰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셰일오일 생산량 급증 시기와 맞물려 생각해본다면 셰일오일이 가장 강력한 변수였던 것은 틀림없습니다.
기존 산유국들은 자신들의 에너지 권력을 지키고 셰일오일에 대항하기 위해 원유 생산량을 증가시켜 유가를 하락시키는 유가 전쟁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셰일오일의 생산 원가보다 낮은 유가를 지속해 셰일오일 산업 자체를 막으려는 시도였습니다.
하지만 발달하는 채굴 기술로 셰일오일의 생산원가는 더욱 감소했고, 오랜 기간의 저유가로 인해 오히려 기존 산유국들의 경제가 힘들어져 치킨 게임식의 유가 전쟁은 마무리됐습니다. 전 세계 에너지 권력의 흐림이 중동지역에서 미국으로 이동한 것입니다. 현재 셰일오일의 생산원가는 약 40~50달러 초반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국제유가에 따라 셰일오일 생산 업체들이 생산량을 조절하며 세계 원유시장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03
셰일오일 전망
▲출처: www.shalegas-europe.eu
이렇듯 셰일오일은 현재 국제유가 질서에 빠질 수 없는 강력한 변수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2020년 셰일오일 전망을 두고 엇갈린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에너지 정보청(EIA)은 셰일오일 측정과 빅데이터 분석 등 기술 발달로 셰일오일 생산량이 계속해서 확대되리라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대형 셰일오일 업체의 긴축 정책, 부풀려진 셰일오일 매장량 의혹 그리고 셰일오일 시추의 핵심적인 기술인 수압파쇄법이 환경파괴 논란으로 미국 내에서 법적으로 금지될 가능성에 놓여 있어 셰일오일 생산이 한층 꺾이리라는 부정적 전망 또한 나오는 중입니다. 물론 장기적인 전망은 아닙니다. 단기적으로 상황에 따라 셰일오일의 지위가 다소 변동하겠지만 결국 셰일오일이 국제유가에 미치는 절대적인 영향력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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