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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miLOG

플라스틱은 항상 딱딱하기만 할까? – [생활 속 과학 이야기 2]

안녕하세요~ 지난번 물 이야기에 이어, 오늘도 생활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과학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먼저 오늘의 주제를 소개하기 전 몇 가지 예시를 들어 드릴게요. 

          1.     껌을 씹으면 말랑말랑 해지는데, 도중에 차가운 음료를 마시면 딱딱해진다
          2.     다림질로 옷의 주름을 펴준다
          3.     생수병에 뜨거운 물을 넣으면 찌그러지면서 모양의 변형이 일어난다

이것들 간에 공통점을 찾으셨나요? , , 생수병.. 주변에서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지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 중 상당수가 고분자 물질이라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이제부터 고분자의 구조와 성질, 그 중에서도 온도와 관련된 특성에 대해 이야기 해 보려고 합니다. 

 

 

01

고분자란?

 

 

먼저 고분자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겠죠? 고분자(高分子), 말 그대로 분자량이 큰 물질을 이야기 합니다. 분자량이라는 것은 쉽게 말해서 분자의 무게단위라고 생각하면 되는데요, 지난 시간에 다루었던 물의 경우 18 입니다. 고분자의 경우 대략 10,000 이상의 분자량이라고 정의하니, 엄청나게 분자량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겠죠? 

자연에 존재하는 대표적인 천연 고분자는 생체 내의 단백질, 탄수화물의 일종인 녹말과 셀룰로스, 그리고 천연고무 등이 있어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고분자라고 부를 때는 합성 고분자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플라스틱이라고 불리는 합성 수지예요. 나무, , 유리, 금속 등의 천연재료 대비 가벼운 무게, 저렴한 가격, 우수한 강도와 가공성 등의 장점이 있어 일상제품의 원료로 널리 쓰이고 있지요.

 

 

02

합성 고분자의 구조

 

 

합성 고분자는 대부분 단량체라고 부르는 일정한 단위가 반복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반복되는 단량체가 적으면 수백에서부터 많으면 수천~수만개에 이르기 때문에 긴 사슬 형태를 가지게 되는데, 단량체의 구조나 사슬의 형태에 의해 나타나는 특성이 다르게 되지요. 가장 단순한 형태의 고분자는 에틸렌(ethylene) 단량체가 반복되는 구조의 폴리에틸렌(polyethylene)인데요, 폴리(poly-)는 수가 많다는 뜻의 접두사이기 때문에 이것이 단어의 앞에 붙어 있으면 고분자라고 생각하면 될 거예요. 

이전 시간에 물은 간단한 구조식으로 H2O 라고 쓴다고 알려드렸었는데요, 고분자의 경우 다 나열할 수 없기 때문에, 반복되는 단량체의 구조를 써주고 반복된다는 뜻의 n 을 붙여줌으로써 나타낼 수 있답니다. 위 그림에 에틸렌과 폴리에틸렌의 분자 구조 예시가 있어요.

이렇게 길게 만들어진 사슬은 많은 경우 직선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규칙으로 배열하여 결정을 이루게 됩니다. 전체가 다 결정으로 존재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일부분은 결정으로, 나머지 부분은 무질서한 상태로 존재해요. 이 결정/비결정 구조는 단량체의 종류에 의해서 크게 달라지고, 이런 것들이 고분자의 특성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03

고분자의 열적 특성과 결정/비결정 구조

 

 

고분자의 구조에 대해 알아보았으니 이번에는 고분자의 열적 특성을 살펴볼까요? 일반적으로 물질의 상태는 고체, 액체, 기체로 나뉜다는 것을 알고 계실 거예요. 고체는 분자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채로 단단하게 갇혀 있는 상태, 액체는 어느 정도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여 흐를 수 있는 상태, 기체는 분자 사이가 완전히 떨어진 상태 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런데 고분자는 워낙 분자량이 크다 보니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겠죠~! 거의 모든 고분자가 상온에서 고체 상태로 존재하고, 열을 가해서 액체상태 까지는 만들 수 있지만 기체상태로는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주변의 플라스틱 물질들을 떠올려 보면 다 고체상태인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거예요. 

고분자의 녹는 점 이상으로 열을 가해주게 되면 고분자 사슬의 움직임이 커지게 되어 결정이 풀리게 되고 사슬 간 간격이 멀어지면서 원래의 정돈된 구조를 잃고 유동성(흐름)이 생기게 되는 것이지요. 고분자의 종류에 따라 녹는점은 다 다르게 나타납니다. 고분자를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 때는 액체상태가 훨씬 다루기 쉽기 때문에 이렇게 열을 가해서 녹인 다음 성형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아까 고분자는 결정과 비결정 부분으로 나뉜다고 이야기 했었죠? 녹는점은 결정 부분에 관련된 성질 이예요. 비결정 부분과 관련된 고분자의 독특한 성질이 있는데, 바로 유리전이온도 (glass transition temperature) 입니다. 유리전이온도 아래에서는 분자들이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이지만, 유리전이온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비결정 부분이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을 고무상태 (rubbery state) 라고 해요. 여기서 주의할 점은, 유리전이온도 이상에서의 움직임은 자유롭게 돌아다닌다는 의미가 아니라 작은 범위라는 점입니다. 상태의 변형을 가져오는 용융(녹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예요. 유리전이온도에서 더 온도가 올라가 녹는점을 지나면 비로소 결정들이 녹아 자유로운 움직임을 갖게 되지요.

 

 

04

고분자의 유리전이온도(glass transition temperature)

 

 

고분자 종류별로 유리전이온도가 높고 낮게 나타나는 것은 단량체의 구조로부터 발생하는 차이입니다. 단량체에 무거운 곁가지들이 붙어 있다면 움직이는데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유리전이온도가 높고, 비교적 움직임이 자유로운 형태의 단량체는 유리전이온도가 낮게 나타나지요. 가장 단순한 형태의 고분자인 폴리에틸렌의 경우 유리전이온도가 -120℃ 인데, 폴리에틸렌에 곁가지 하나가 붙은 폴리프로필렌의 유리전이온도는 -10℃ 로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더 큰 구조의 가지가 붙어 있는 폴리스티렌의 경우 유리전이온도가 100℃ 까지 높아지게 되고요.

그렇다면 유리전이온도가 왜 중요할까요? 유리전이온도 이하에서는 고분자의 움직임이 완전히 봉쇄되어 마치 유리와 같은 상태가 됩니다. 아주 단단하기 때문에 충격을 받았을 때 잘 깨질 수 있다는 뜻이죠. 그렇기 때문에 고분자를 사용하는 용도와 더불어 환경이 어떤 조건이냐를 잘 따져 알맞은 고분자를 선택해 주어야 합니다. 아주 추운 곳에서 액체를 보관하려는 용도로 사용하는 용기에 유리전이온도가 높은 고분자를 사용한다면 쉽게 깨질 수 있으니까요.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살펴본 예제들이 유리전이온도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하나씩 살펴 볼게요. 껌도 고분자의 일종인데, 유리전이온도가 입안의 온도와 유사하여 입에 넣고 씹으면 말랑말랑 해지는 거예요. 차가운 물을 마시면 유리전이온도 아래로 내려가기 때문에 껌이 단단해지는 것이고요. 섬유도 고분자 물질인데, 다림질로 온도를 가해주면 고분자가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이 때 다리미의 무게로 눌러주어 주름이 없어진 형태로 고정을 시켜주는 거죠. 마지막으로 생수병은 유리전이온도가 76℃ 정도인 PET 소재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뜨거운 물을 붓게 되면 원래의 모양을 잃고 변형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랍니다. 
 
우리 생활에 늘 함께하는 고분자 이야기, 어떠셨나요? 다음에도 재밌는 주제로 찾아올게요~


(글: 한화토탈 한예은 과장)

 

생활 속 과학 이야기 시리즈 더보기 

 물은 어떻게 생겼을까? - [생활 속 과학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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