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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miLOG

나일론을 발명해 세계를 뒤흔든 월리스 흄 캐러더스

 

안녕하세요, 블로그 지기입니다. 최근 영화 ‘스파이더맨’이 개봉해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스파이더맨의 거미줄은 악당들을 꽁꽁 묶어두기도 하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기도 하며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만능 무기입니다.

스파이더맨의 거미줄처럼 얇지만 동시에 무척 튼튼하고 오염에 강해서 오늘날 남녀노소 전 인류가 이용하고 있는 만능 소재인 나일론은 미국의 화학자, ‘월리스 흄 캐러더스 (Wallace Hume Carothers, 1896-1937)’가 세계 최초로 만들었는데요, 오늘은 나일론의 개발자 캐러더스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01

월리스 캐러더스의 MBTI는 ‘INTP’?! 논리적인 사색가

   

 

월리스 캐러더스는 어린 시절부터 내향적인 성격으로 주목받는 것을 싫어하고 자기 일에 몰두하는 것을 좋아했는데요, 공손하고 사려 깊은 품성으로 불화를 빚는 일이 없었고 동시에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었다고 합니다. 

캐러더스는 원래 회계학을 전공하다가 화학과 교수님을 돕는 우연한 계기로 화학의 세계와 조우하게 됩니다. 이후 화학의 매력에 푹 빠져 젊은 나이임에도 획기적인 논문들을 내놓으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합니다. 특히 당시만 해도 마이너한 분야인 폴리머(고분자 물질)에 각별한 관심을 쏟았다고 합니다. 

그는 실험실보다 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순수한 이론 탐구를 즐겼는데요. 조용히 사색에 빠져 문제를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독창적인 통찰력으로 답을 찾는 캐러더스의 MBTI는 아마도 INTP가 아니었을까요? ‘논리적인 사색가’ 유형인 INTP는 아인슈타인과 같이 과학자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유형이기도 하답니다. 

 

 

02

듀폰사에 입사해 연이은 연구 히트 달성 

  

출처: 듀폰사 홈페이지

 

하버드 대학에서 유기화학을 가르치던 캐러더스에게 인생을 뒤바꿀 계기가 찾아오는데요, 미국의 화학 기업 듀폰사(社)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게 된 것입니다. 당시 1차 세계대전에서 쓰인 폭약의 절반가량을 공급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냈던 듀폰 사는 소비재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기업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유망한 과학자들을 영입하고자 했습니다.

순수 학문 탐구를 추구해 제안을 거절하던 캐러더스는 삼고초려와 파격적인 영입 조건에 결국 듀폰사에서 연구원 230명을 이끄는 연구부장직을 맡게 됩니다. 캐러더스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초의 폴리에스터(polyester) 화합물을 합성하는 데 성공한 것에 이어 최초로 대량 생산이 가능한 합성고무까지 개발해냅니다.

당시 천연고무만으로는 늘어나는 고무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각계에서 인공고무 개발에 뛰어들었는데요, 캐러더스의 고품질 합성고무 개발 덕분에 듀폰사에서 최초로 ‘네오프렌’이라는 상품명을 달고 합성고무의 상업화를 성공시켰습니다.

 

 

03

장난치다 발견한 합성섬유, ‘나일론’

   

출처: 듀폰사 홈페이지

 

20세기 인류사에 길이 남을 캐러더스의 진짜 히트작은 그로부터 4년 뒤, 같은 연구팀 동료의 장난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줄리언 힐은 폴리에스터 덩어리를 휘젓다가 실 가닥처럼 쭉 뽑아내 방안을 돌아다녔는데요, 이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포착한 캐러더스가 합성고분자 ‘폴리아마이드’를 이용해 세계 최초의 합성섬유를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새로운 합성섬유는 쉽게 녹아 세탁과 다림질을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어, 캐러더스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추가 연구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벤젠을 활용해 훨씬 견고하면서도 항세균성이 강한 섬유 개발에 성공하는데요, 이 신소재의 이름은 암호명 ‘6-6’, 바로 ‘나일론’입니다.  

폴리아마이드계의 합성섬유 ‘나일론’은 시중에 판매되자마자 그야말로 초대박을 터트렸는데요, 나일론을 한마디로 표현한 “Stronger than steel, Thinner than spider silk(강철보다 강하고 거미줄보다 얇다)”는 광고 문구로 소개되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답니다. 

 

 

04

20세기 인류의 역사적 사건과 함께한 나일론

   

 

나일론은 스타킹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지만 가장 먼저 판매된 물건은 칫솔입니다. 그전까지는 돼지털을 이용한 칫솔을 사용하다가 나일론 칫솔이 등장하면서 위생적인 치아 관리가 가능해졌습니다. 이후 여성용 나일론 스타킹이 판매된 첫날에는 뉴욕백화점 앞이 문전성시를 이루며 500만 켤레가 팔리는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때는 낙하산과 비행기의 전선, 밧줄 등 군수품으로 쓰이면서 연합군을 승리로 이끈 지원군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도 했습니다. 

이후로도 나일론은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면서 화학산업, 패션계, 생활용품 등 전 영역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데요, 의류, 잡화 등은 물론이고 텐트, 낚싯줄, 장난감, 전자제품 등 우리 생활과 뗄 수 없는 소재로 자리 잡게 됩니다. 


캐러더스는 이처럼 천연재료의 한계를 뛰어넘어 신소재의 대량생산을 가능케 해 인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의 업적에 비해서 상대적으로는 덜 알려진 편이지만 캐러더스 덕분에 고분자를 연구하는 화학자들의 위상도 크게 올라갔다고 합니다.

자유로운 지적 탐구와 순수학문을 좋아했던 그는 듀폰 사 연구실 이름을 ‘Purity Hall’이라고 지었을 정도로 화학이 지닌 순수성 자체를 사랑했던 인물이었는데요,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탄탄하면서도 오염에 강한 나일론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 개의 '최초’ 타이틀이 붙은 업적 뒤엔 화학을 향한 그의 순도 높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네요. 다음번 ‘케미x스토리’ 도 순수한 화학 탐구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흥미로운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종합 케미칼 & 에너지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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