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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miLOG

매운맛 없이 K푸드를 논하지 말라!

멈출 줄 모르는 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K-푸드 역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소울푸드에 빼놓을 수 없는 맛이 있는데요, 바로 매운맛이죠. ‘K-푸드를 알려거든 고개를 숙여 불닭볶음면을 맛보게 하라.’는 통과의례라도 생긴 듯 한국의 매운맛을 체험하기 위한 외국인들의 불닭볶음면 도전기는 여전히 유튜브에서도 큰 인기를 끌곤 합니다. 

한국인들의 매운 맛 사랑은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나있는데요. 마늘과 쑥을 100일 동안 먹으며 버틴 곰의 후손이기 때문일까요? 그만큼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일까요? 오늘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매운맛에 담긴 원리를 알아보겠습니다.

 

 

01

매운 ‘맛’은 없다, 매운 ‘통증’이 존재할 뿐!

   

 

기분이 저기압일땐? 고기앞으로 가야죠. 그럼 스트레스 받을 때는요? 답답한 속이 확 풀릴 수 있도록 매운 음식을 먹어줘야죠. 즐겁고 특별한 순간에도 마찬가지로 맛있는 음식은 늘 우리와 함께합니다.
 
인간의 오감 중 행복에 가장 크게 관여하는 감각이 바로 미각(味覺)이 아닐까 싶은데요. 맛은 그 종류만 해도 수만가지가 넘습니다. 이는 엄밀히 말해 후각을 통해 느끼는 음식의 ‘향’인 것이고 혀를 통한 미각으로 느끼는 ‘맛’은 5가지가 있습니다. 이를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의 오미(五味)라고 하는데요, 원래는 ‘단짠신쓴’의 네 가지 맛이었다가, 2000년 구미를 당기는 맛인 ‘감칠맛’을 느끼는 수용체가 밝혀져 제 5의 맛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이 중 매운맛은 포함되지 않지요. 일반적으로 맛은 혀와 입천장에 있는 ‘미뢰’를 통해 느끼는데 미뢰 안에는 맛을 느끼는 맛세포가 존재합니다. 맛세포에는 다섯가지의 맛 수용체가 있어 맛 물질을 구분해 정보를 대뇌로 보내게 되는데요, 매운맛을 감각하는 맛 수용체는 없습니다. 대신 입 안의 점막이 자극되어 통증을 느끼는 통각이 반응하는 감각으로 실제로는 매운 맛이 아닌 매운 통증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02

맵찔이, 맵잘알은 선천적으로 타고난다?!

  

 

요즘 매운 걸 잘 먹는 사람을 ‘맵잘알’(‘매운 맛을 잘 아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 잘 못 먹는 사람을 ‘맵찔이’(‘매운 것에 약한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라고 하는데요, 매운 것을 잘 먹고 못 먹는 건 우리 몸의 수용체와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 몸에는 온도 변화를 감지하는 다양한 온도 수용체가 있는데요, TRPA1, TRPM8은 시원함을 느끼는 냉센서, TRPV4~TRPV2는 따뜻함을 느끼는 온센서입니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캡사이신 성분(C18H27NO3)이 TRPV1온도수용체에 붙게 되는데요, TRPV1은 42도 이상의 뜨거움을 느끼는 신경물질을 전달해 통각을 활성화시킵니다. 즉 매운맛과 뜨거움을 감지하는 수용체가 같아서 매운 음식을 먹게 되면 뇌에서는 열 신호로 전달받고 몸을 식히기 위해 땀을 배출합니다. 또 청양고추를 맨손으로 손질하면 손가락에 화상을 입은 것처럼 타는 듯한 통증이 남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매운 음식이 Hot한 음식인 데에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었네요.

한편 캡사이신 수용체인 TRPV1의 수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캡사이신 수용체가 많을수록 매운맛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적을수록 매운 맛을 덜 느끼게 되는 것이죠. 맵잘알 체질이냐 맵찔이 체질이냐는 캡사이신 수용체 수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랍니다. 

 

 

03

다~ 같은 매운맛이 아니다!

   

 

그런데 이 매운 맛은 다 같은 빨간 맛이 아닌데요, 성분에 따라 각기 다른 느낌의 매운맛을 냅니다. 

매운맛의 대명사인 캡사이신은 고추에 들어있는 불타는 듯한 매운 맛입니다. 후추 껍질에는 피페린이라는 짜릿한 매운맛이 있습니다. 생강의 향긋 씁쓸한 매운 맛은 진저롤이라는 성분 때문입니다. 혀가 마비되는 듯한 얼얼한 매운맛을 내는 산쇼올이라는 성분도 있는데요, 대한민국을 마라 열풍에 빠지게 한 마라맛입니다. 캡사이신, 피페린, 진저롤, 산쇼올은 매운 맛이 혀에 오래 남는 비휘발성 매운맛입니다. 

반면 먹자마자 코끝이 싸해지면서 날아가는 휘발성 매운맛도 있는데요, 양파나 마늘에 있어 요리할 때면 눈물을 쏙 빼는 알싸한 알리신이 있고, 겨자나 고추냉이에 있는 코가 찡한 매운맛인 시니그린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박하사탕을 먹었을 때 느껴지는 화한 매운맛도 있는데요, 캡사이신과 달리 차가움을 느끼는 냉점에서 느끼는 매운맛입니다. 이렇듯 매운맛은 뜨겁기도, 차갑기도 하고 때로는 눈물을, 때로는 콧물을 빼놓는 다채로운 감각입니다.  

 

 

04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그때 그 시절, 매운맛 측정법

   

 

우리가 매운 정도를 표현할 때는 스코빌 지수(SHU, Scoville Heat Unit)라는 단위를 사용하는데요, 이는 1912년 미국의 화학자 윌버 스코빌이 다양한 매운맛을 측정하기 위해 개발한 것입니다.

지금이야 전문 측정 장비를 이용하지만 당시에만 해도 사람이 직접 먹어가면서 매운 정도를 측정하는 웃지못할 사연이 있었다고 합니다. 스코빌은 설탕물에 고추의 추출물을 희석해 다섯 명의 실험자들이 직접 먹게 하며 어느 정도까지 매운맛을 희석해야 매운맛이 없어지는지 그 희석 비율로 수치를 나타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추출물을 1만배 희석하였을 때 더 이상 매운맛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1만 스코빌의 지수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매운 맛을 낼 때 가장 흔하게 쓰는 청량고추는 4천~7천 스코빌, 매운 타이고추는 5만~10만 스코빌이고 한때 매운맛의 최강자로서 사신의 낫(Reaper)을 닮았다는 캐롤라이나 리퍼 고추는 최대 220만 스코빌입니다. 매운맛의 끝은 어디일까요?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알려진 페퍼 X가 최대 318만 스코빌을 기록하며 매운맛의 제왕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토록 고통스러운 매운맛에 끌리는 이유는 통각이 반응하며 자연 진통제인 엔돌핀이 분비되기 때문인데요, 불경기일수록,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더 자극적인 매운 맛을 찾게 되는 심리가 있습니다. 
요즘 들어 매운 음식이 자꾸 당기신다면 혹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신 건 아닐까요? 매운 음식이 위로가 된다면, 한 끼 화끈하게 스트레스 날려버리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으실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단, 캡사이신 수용체 반응으로 눈물, 콧물 수반될 수 있으니 각오하시고요! 지금까지 한화토탈 블로그지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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