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hemiLOG

어린이를 위한 세상에서 가장 쓴 맛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라난다~ 어린이들이 쑥쑥 자라나는 오월입니다. 우리 모두는 한때 어린이였던 시절이 있었죠. 이번 어린이날에는 마냥 신나던 그 시절의 동심으로 돌아가 마음껏 나를 위한 시간으로 채워보는 건 어떨까요? 설탕 알갱이가 구름으로 완성되는 솜사탕도, 입 안 가득 달콤함이 퍼지는 막대 사탕도, 쫀득쫀득한 초콜릿도 마음대로 먹어보는 겁니다! 


사탕이든, 초콜릿이든 어린이들과 떼어놓을 수 없는 맛은 역시나 ‘단맛’이죠. 그럼 어린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맛은 무슨 맛일까요? 네, 바로 쓴 맛입니다.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쓴 맛’이 어린이를 위해 ‘착한 악역’을 도맡았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된 사연인지 함께 알아볼까요?

 

 

01

쓴 맛은 왜 나는 걸까?

   

쓴 맛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쓴 맛을 내는 대표적인 물질에는 ‘알칼로이드’가 있습니다. 알칼로이드는 주로 식물계에 널리 분포하며 대개 질소를 함유하는 염기성 유기화합물을 총칭해 이르는 말입니다. 알칼로이드는 이름에서도 유추가 되듯이 ‘염기성을 나타내는 물질’이라는 뜻으로 약 2천 여종 이상의 광범위한 물질을 포함하고 있는데요. 화학적인 구조를 살펴보면 질소 원자를 포함하는 방향족 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알칼로이드는 예로부터 약초로 알려진 식물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으로는 진통제인 ‘모르핀’과 말라리아 약인 ‘퀴닌’이 대표적이죠. 일상 속 기호식품인 커피에 든 ‘카페인’이나 담배의 ‘니코틴’ 등도 알칼로이드에 속합니다.

 

커피에 든 퓨린 구조 카페인에 대해 더 궁금하다면?

 

[월간 화학] 커피 한잔 속 카페인 함량은 어떻게 잴까?

[월간 화학] 커피 한잔 속 카페인 함량은 어떻게 잴까? 과학쿠키 (과학 커뮤니케이터, ‘과학쿠키’ 유튜브 채널 운영자) ✒️’월간 화학’은 과학자가 들려주는 화학 이야기로 외부 필진의 화

www.chemi-in.com

 

알칼로이드는 식물이 자연적으로 만들어낸 화합물로 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독성을 띠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실제 독을 만들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 독성과 맛이 비슷하지만 에너지가 적게 드는 쓴 맛을 만들어낸 것이죠. 따라서 알칼로이드에서 비롯된 쓴 맛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본능적으로 거부하게 되는데요. 독을 멀리하도록 생존을 위해 발달한 감각이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들이 유독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성향이 강한 데는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쓴 맛은 어른보다 아이에게 더 크게 작용하는데요. 같은 쓴 맛이라도 아이가 어른보다 약 7배 정도 더 쓰게 느낀다고 합니다. 만화 캐릭터 ‘짱구’가 싫어하는 피망에도 알칼로이드 성분이 들어 있어 쓴 맛이 느껴진다고 하니 어린이와 알칼로이드는 친해지긴 어려워보이네요.

 

 

 

02

세상에서 가장 쓴 물질, 비트렉스

  

한때 유튜버들 사이에는 닌텐도 게임팩 ‘먹방’ 콘텐츠가 유행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유튜버들은 게임팩에 혀만 닿아도 인상을 찡그리거나 입을 헹구기 위해 물을 연신 들이켰죠. 심한 사람은 양치를 하기 위해 자리를 벗어나기도 했습니다. 음식도 아닌 게임팩을, 그것도 잔뜩 찡그린 채 맛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바로 게임팩에 코팅된 물질, ‘데나토늄 벤조에이트’ 때문이었습니다. 


‘데나토늄 벤조에이트’는 1958년 영국의 한 제약회사에서 국소마취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되었는데요. 지구상에서 가장 쓴 물질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려 ‘쓴 맛의 왕’ 이라는 뜻의 ‘비트렉스(bitrex)’라는 칭호를 얻기도 했습니다. 무색무취이지만 쓴 맛으로 악명 높은 이 물질이 대체 어떤 맛인지 궁금했던 어른들이 직접 쓴 맛 도전에 나섰던 것이죠.


쓴 맛이 느껴지려면 물질의 분자와 혀에 있는 쓴 맛 수용체가 결합해야하는데, ‘데나토늄 벤조에이트’의 경우 사람이 보유한 25개의 쓴 맛 수용체 중 무려 8개와 반응을 합니다. 덕분에 적은 양으로도 견딜 수 없는 쓴 맛을 내게 됩니다.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에 새끼 손톱만큼의 양만 투여해도 쓴 맛이 감지된다고 하니 얼마나 쓸 지 예상이 가시나요?


눈물없이 볼 수 없는 매운 맛의 화학적 탐구 방법이 궁금하다면?

 

매운맛 없이 K푸드를 논하지 말라!

멈출 줄 모르는 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K-푸드 역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소울푸드에 빼놓을 수 없는 맛이 있는데요, 바로 매운맛이죠. ‘K-푸드를

www.chemi-in.com

 

 

03

무엇이든 입에 넣는 어린이를 위해
‘시켜줘 어린이 안전 지킴이’

   

 

세상에서 가장 쓴 맛인 ‘데나토늄 벤조에이트’. 아주 조금만 혀에 닿아도 그 쓴 맛에 온 몸을 전율케하는 이 물질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빛을 발하게 되는데요. 바로, 무엇이든 입에 넣고 보는 호기심 가득한 어린이를 보호하는데 쓰이게 된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데나토늄 벤조에이트’가 사용된 곳은 바로 닌텐도의 게임팩인데요. 가로 2.3cm에 세로 3.4cm의 작은 크기로 출시된 게임팩은 어린이들이 입에 넣고 삼키기 쉬운 크기였죠. ‘제조물 책임법’에 따라 닌텐도는 안전수칙을 공개하고 아이들이 게임팩을 입으로 물지 않도록 주의를 부탁한다는 문구를 삽입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사고는 찰나에 일어났고 안전수칙은 부모에게 경각심을 줄 뿐 아이들의 행동을 막기는 어려웠습니다. 이에 닌텐도는 아이들이 게임팩을 본능적으로 멀리 할 수 있게 세상에서 가장 쓴 맛을 첨가하기로 결정했는데요. 호기심이나 착각으로 인해 입에 넣게 될 경우 본능적으로 즉시 뱉어낼 수 있게 안전장치를 해놓은 것입니다.


글로벌 배터리 기업 듀라셀에서도 2020년, 국내 시장 최초로 데나토늄 벤조에이트를 사용해 무독성 쓴맛 코팅이 적용된 리튬 동전형 건전지를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동전형 건전지는 몸 속에 들어가면 화학 반응을 일으켜 장기에 화상을 입히기도 하는데요. 지난 십년 간 국내에서 보고된 건만 매년 60여건이었던 어린이 삼킴 사고로 인해 안전 대책에 나선 것이죠. 

 

 

04

어린이를 위한 안전수칙 

   

생활 속에서 언제든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새로운 것을 탐구하기 바쁜 어린이들은 안전에 특히 유의해야 하는데요.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고를 중심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몇가지 안전 수칙을 알아보겠습니다. 물론 아이들이 이러한 위험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보호자인 어른들이 먼저 알고 주시하고 있어야겠죠?


먼저, 아무 것이나 입에 넣어서는 안됩니다. 오늘 소개 드린 ‘데나토늄 벤조에이트’는 작은 물질을 입에 넣어 기도 막힘 사고가 일어난 뒤 널리 사용되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어떤 물건은 너무 작아 기도로 넘어가기 쉽고, 어떤 물건은 유독성을 가져 병에 걸릴 수 있답니다. 


그리고 뜨거운 물건에는 손을 대지도 가까이 가서도 안됩니다. 끓는 주전자, 코드가 꼽아져 있는 다리미나 미용 전열기구, 김이 나는 전기 밥솥 등은 어린이에게 화상을 입힐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가전 제품을 사용할 경우에는 잠시라도 어린이를 혼자 두지 마시고 어린이 손이 닿지 않는 위치에서 사용해주세요. 


전기 제품과 콘센트는 특히 주의하세요. 콘센트 구멍은 전기가 흘러 쇠 젓가락, 포크 등 뾰족한 물건을 넣으면 안됩니다. 또한 물이 묻은 손으로 플러그를 만지게 되면 감전의 위험이 있으니 절대 만져서는 안됩니다. 전기 코드를 물어뜯는 행동도 하지 못하게 지도해주세요. 


함부로 높은 곳에 올라서는 안됩니다. 특히 선반, 열린 서랍장과 같이 고정되지 않고 넘어질 위험이 있는 곳에 올라가면 가구와 함께 넘어져 큰 사고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난간과 같이 추락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장소도 어린이가 멋대로 올라가거나 난간 사이로 고개를 내밀지 않도록 살펴야 합니다.


“나는 인류가 새로운 발견을 통해 악보다는 선을 끌어낼 것이라고 믿는다.” 우라늄을 발명한 퀴리 부부의 남편 피에르 퀴리가 한 말입니다. 모든 발견과 발명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발걸음이죠. 쓴 맛의 왕 ‘데나토늄 벤조에이트’는 ‘최강 쓴 맛’이라는 특성으로 안전을 지키는 데 쓰임이 되었습니다. 또 어떤 발명품이, 또 어떤 화학물질이 자신의 특성을 살려 세상의 발전을 위해, 모두의 안전을 위해 쓰이게 될까요?

 

 

 


종합 케미칼 & 에너지 리더,

한화토탈에너지스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