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hemiLOG

플라스틱, ‘진짜’ 돈이 되다

안녕하세요, 블로그 지기입니다. 종이 지(紙)와 화폐 폐(幣)자를 사용하는 우리나라 지폐는 이름과 달리 종이가 아닌 면으로 만들어집니다. 물론 ‘지폐’라는 단어가 생겨날 무렵에만 해도 지폐는 종이로 만들어졌죠. 하지만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치며 이리저리 떠도는 지폐는 진화를 거듭했는데요. 

오늘은 종이와 면을 거쳐 이제는 플라스틱으로 업그레이드된 지폐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01

플라스틱으로 돈을 만들다니?

   

 

조개껍데기부터 곡식, 가축 비단, 향신료, 금속, 은행의 직인이 찍힌 종이 그리고 전자화된 데이터까지! 화폐는 상호 간 신뢰와 합의를 기반으로 하며, 우리의 곁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해 왔습니다. 은행과 같이 화폐의 가치를 인정해줄 장치가 없던 시기에는 화폐 그 자체의 가치가 중요했지만, 세상이 발전하고 신용거래가 확장됨에 따라 화폐는 오늘날 금속으로 된 주화와 지폐로 변화하였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치는 오늘날의 지폐는 내구성이 문제였습니다. 종이를 쓰던 시대는 말할 것도 없고 개량을 거듭하여 소재를 면으로 바꾼 지금까지도 말이죠. 또한, 지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데요. 바로 진짜처럼 보이게 만든 가짜 화폐인 ‘위폐’입니다. 신용과 신뢰로 만들어진 지폐에 있어 위폐는 곧 중대한 문제이죠. 결국, 오늘날의 지폐가 종이에서 면으로, 면에서 플라스틱으로 소재를 바꾸어 간 배경에는 내구성이라는 표면적인 이유와 더불어 위폐방지라는 결정적인 이유가 깔려 있습니다.

 

 

02

지폐가 신용과 신뢰를 잃으면?

  

 

오늘날 우리가 지폐라고 부르는 것들은 각국을 대표하는 중앙은행에서 발행한 은행권을 의미합니다. 중앙은행에서 발행된 은행권은 국가가 보증하는 거대한 신용 아래 생산된 화폐이며 우리는 지폐에 적혀있는 만큼의 금액을 보장받게 되는데요. 만약, 대량의 위폐가 등장한다면 어떨까요? 

이런 일은 과거 호주에서 실제로 발생했는데요. 1966년 당시 호주의 중앙은행이 최신 위조 방지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은행권 시리즈를 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5개월 채 지나지 않아 10달러 위조지폐가 대량으로 발견된 것입니다. 호주 중앙은행은 사태를 수습하고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고, 이후 은행권 발행에 신중을 가하게 되었습니다.

 

 

03

치욕을 갚고자 탄생한 폴리머 지폐

   

 

호주 중앙은행은 앞선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의 방식을 뛰어넘는 지폐를 도입하기 위하여 ‘위폐에 강한 지폐의 연구 개발’을 연방과학산업연구기관(CSIRO)에 의뢰했습니다. 이에 따라 CSIRO는 새로운 위폐방지 기술과 함께 은행권 용지의 소재를 면섬유에서 플라스틱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연구의 가닥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1988년, 호주 중앙은행은 20여 년이 지나서야 새로운 폴리머 지폐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최신 기술이 적용된 폴리머 지폐는 새로운 호주 은행권 시리즈에 적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해외로의 수출까지 이어지며 대성공을 이루었습니다. 1991년 파푸아뉴기니를 시작으로 2001년 캐나다, 2016년 영국 등 현재 전 세계 47개국에서 폴리머 지폐를 사용하고 있으며 다른 수많은 국가에서도 폴리머 지폐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04

폴리머 지폐, 기존의 단점을 보완하다

   

 

폴리머 지폐는 위폐방지 기술 이외에도 플라스틱 소재의 장점이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바로 기존 소재와 비교하여 청결성과 내구성이 월등하게 높아졌다는 점인데요. 폴리머 지폐를 이루는 주요 소재는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 PP)인데, PP는 분자 구조상 수분 흡수율이 매우 낮아 물에 쉽게 젖지 않고 습기, 산, 염기, 기름에 강합니다. 그러므로 기존의 면 소재보다 세균 번식과 오염에 강하며 청결성이라는 강점을 얻은 것이죠.

또한, 물체가 외부 힘의 작용에 저항하여 원형을 지키려는 응력이 강하기 때문에, 더 많이 접었다 펴도 종이나 면으로 된 지폐에 비해 쉽게 찢어지지 않는 내구성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는 지폐의 수명을 기존과 비교해 6배 정도 늘려 지폐를 발행하고 폐기하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일각에서는 환경을 빌미로 플라스틱 소재를 지적하기도 했지만, 호주를 비롯한 폴리머 지폐 도입국은 오히려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폴리머 지폐가 환경친화적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실제로 수명이 다한 폴리머 지폐는 잘게 부수어 높은 압력을 가해 전축 재료나 배관 부속품, 퇴비 및 산업용 플라스틱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플라스틱’이라는 단어를 그다지 믿음직하게 여기지 않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몇 번 쓰고 말 정도의 값싼 무언가로 생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제 ‘진짜’ 돈이 된 폴리머 지폐와 같이 플라스틱은 그 자체를 알아보는 이들에 의해 오늘도 진가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세간에 뿌리 깊게 자리 잡힌 오명에서 벗어나 적재적소에 쓰일 그 날까지, 플라스틱의 변신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폴리머 지폐를 이루는 주요 소재, PP가 궁금하다면?

 

주사기부터 자동차까지 쓰이는 다양한 폴리프로필렌(PP)

석유화학 제품은 합성을 통해서 플라스틱, 합성고무 등과 같은 우리의 일상 생활 속 다양한  소재를 만드는데요. 기초유분인 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합성해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www.chemi-in.com


  

종합 케미칼 & 에너지 리더,

한화토탈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