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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miLOG

가볍고 강한 금속, 티타늄

여러분, ‘Titanium’이라는 노래를 아시나요? You shoot me down, but I won't fall~ I am titanium~이라는 가사가 있는 멋진 노래랍니다. 나를 쏘고 무너트리려 해도, 넘어지지 않아. 난 ‘티타늄’이니까. 그런데, 티타늄이 뭐길래, 부서지지도 쓰러지지도 않는다고 하는걸까요?

 

 

01

왜 ‘티타늄’일까?

   

 

티타늄(Titanium)은 원자번호 22번, 원자량 47.867u*를 가지는 금속 물질입니다. 티타늄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인 티탄(Titan)에서 유래했는데요. 일반적으로 미디어 등에서 접하는 이미지처럼 단단하고 희귀하며 값비싼 금속인 티타늄과 퍽 어울리는 유래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티타늄은 철보다 단단한 물질이 아닙니다. 그 자체로의 강도는 철보다 낮지만 다른 금속을 약간 섞어 합금을 만들면 철보다 훨씬 가벼우면서 동등한 수준의 성능을 낼 수 있습니다. 또한 철과 달리 쉽게 부식되지 않아 여러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u : 원자질량단위(unified atomic mass unit)

 

 

02

티타늄 금속을 얻기 어려운 이유는?

  

 

티타늄은 지각에 9번째로 많은 원소입니다. 금속류만 따지면 알루미늄, 철, 마그네슘 다음으로 많죠. 금홍석(Rutile (TiO2)), 티탄철석(Ilmenite (FeTiO3)) 등 순도 높은 광물로 존재해 채굴이 어렵지도 않습니다. 티타늄이 희귀하고 비싸게 느껴지는 것은 정제와 가공 과정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티타늄 금속은 산화되려는 성질, 즉 순수 티타늄이 아닌 화합물로 존재하려는 성질이 강해 정제 과정이 다른 금속에 비해 까다로운 편입니다. 철은 코크스(탄소의 일종)를 이용해 환원시킬 수 있지만 티타늄은 티타늄 카바이드(TiC)*를 형성해 금속형태의 티타늄을 얻기 힘들어집니다. 

*티타늄 카바이드(Titanium carbide): 티타늄을 탄화시킨 물질로 보통 검은 가루 형태로 존재

 

 

03

까다로운 티타늄 정제 과정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식은 염소와 탄소로 산소를 떼어낸 후, 마그네슘을 이용하여 환원시키는 방법(Kroll process)입니다. 
먼저 TiO2 광석을 염소와 탄소와 반응시켜 사염화티타늄을 만듭니다. 만들어진 사염화티타늄은 마그네슘 금속과 반응시켜 스폰지 형태의 티타늄 금속을 제조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티타늄 스폰지를 녹는점 이상으로 가열해 녹이고 식히면, 순도 높은 티타늄 주괴*를 만들 수 있습니다. 


1. TiO2 + 2 Cl2 + 2 C → TiCl4 + 2 CO
2. TiCl4 + 2 Mg  → Ti + MgCl2 (at 800-850 oC)


티타늄은 광석에서 추출할 때 위험하고 유해한 오염물질들이 많이 나오고, 처리 온도도 철보다 높으며, 여러 번 반복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생산 비용이 일반적인 스테인리스스틸에 비해서 6배 이상 비쌉니다. 가공비용 또한 매우 높은 편인데, 낮은 열전도성(가공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냉각시키기 어려움), 높은 경도(가공장비 마모), 높은 산화 반응성(산소차단 용접 필요) 때문에 가공에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티타늄 금속의 희귀성은 제조과정의 어려움이 가장 크게 작용하죠. 

*주괴 : 거푸집에 부어 여러 가지 형상으로 주조한 금속이나 합금

 

 

04

가볍고 튼튼해 최신 기술에 안성맞춤인 티타늄!

   

 

정제와 가공 비용이 비쌈에도 불구하고 티타늄의 사용처는 나날이 늘고 있습니다. 바나듐, 주석 등의 금속을 섞어 만들어지는 티타늄 합금은 철보다 튼튼하며 훨씬 가볍습니다. 또한 금속 표면의 산화 피막이 다른 금속에 비해 매우 튼튼해 다양한 환경에서도 쉽게 부식되지 않죠. 


티타늄의 내열성, 강성, 내부식성, 가벼움 등의 장점은 우주항공산업에서 빛을 발합니다. 바로 ‘제트엔진’에 사용되기 때문이죠. 제트엔진은 고온의 연소가스로 작동하기 때문에 티타늄이 안성맞춤입니다. 또한 철만큼 단단하면서 철보다 가벼운 무게로 인해 항공기 몸체나 볼트와 같은 부품에도 많이 사용됩니다. 보잉사의 최신 기종인 ‘787 드림 라이너’는 무게 대비 티타늄이 15% 가량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티타늄은 튼튼하면서도 잘 부러지지않고 구부러지며 원상태로 돌아오는 특성이 있어 안경테에도 사용됩니다. 얇게 가공해도 부러지지 않고 매우 가벼워 티타늄 안경테는 이미 대중화 되었습니다. 무려 수 그램(g) 수준의 가벼움을 구현한 모델이 출시되기도 했죠. 

 

 

05

실생활과 가까운 이산화티타늄

   

티타늄은 금속 외에도 다양하게 사용됩니다. 그 중 우리의 실생활에 밀접한 것은 바로 ‘이산화티타늄’ 입니다. 이산화티타늄은 깨끗하고 밝은 흰색의 물질로 장시간이 지나도 변질되지 않습니다. 백색 페인트, 물감, 잉크 등 안료로 많이 사용되죠. 유화 물감 중에서는 ‘Titanium white’ 라는 색상이 있을 정도로 유명합니다. 또한 도로 위의 흰색 정지선과 안내선도 이산화티타늄이 함유된 페인트로 그려집니다.


이산화티타늄은 자외선(UV)을 흡수하는 성질도 가지고 있는데요. 이를 이용해 무기자차*를 만들기도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이산화티타늄은 흰색 안료로의 성질도 있기 때문에 무기자차를 바르면 얼굴이 하얗게 되는 백탁현상이 발생합니다. 


또한 이산화티타늄은 흡수한 자외선을 이용해 물질을 변화시키는 광촉매의 역할도 하는데요. 이산화티타늄이 자외선이나 햇빛을 만나면 공기, 물에 존재하는 유해 유기물을 분해해 제거합니다. 이와 같은 성질을 이용해 공기정화장치, 오염 방지 표면 코팅, 정수 등에 사용합니다.

*무기자차 : 무기화합물을 이용한 자외선 차단제

 

 

06

올레핀 중합 촉매의 중요한 원료 사염화티타늄

   

티타늄 광석을 염소(Cl2)로 녹여서 만들어지는 사염화티타늄(TiCl4)은 특히 한화토탈에너지스에 꼭 필요한 원소인데요. 기초 석유화학 제품인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을 만들기 위한 올레핀 중합 촉매의 가장 중요한 원료입니다. 

 


▶촉매의 원리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싶다면?

 

촉매의 원리, 석유화학과 플라스틱의 시대를 열다

안녕하세요, 블로그 지기입니다. 오늘은 석유화학뿐만 아니라, 화학 전반에서 아주 중요하게 다뤄지는 물질, ‘촉매’에 대해 알아볼 텐데요. 촉매는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도 많은 역할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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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토탈에너지스는 자체 촉매 공장에서 지글러-나타 촉매를 제조해 올레핀 중합 공장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글러-나타 계열 올레핀 중합 촉매는 염화마그네슘 (MgCl2)과 사염화티타늄 (TiCl4)를 주성분으로 하여 만들어집니다. 먼저 염화마그네슘을 마이크로미터 크기로 제조한 후 사염화티타늄을 추가로 첨가하여 촉매를 제조하게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촉매를 폴리올레핀 공장에 투입하게 되면 촉매에 포함된 티타늄에서 에틸렌, 프로필렌 중합 반응이 일어나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티타늄을 강하고 단단한 이미지로만 생각하셨다면, 오늘은 훨씬 더 다양한 면모를 가진 티타늄을 알게 되셨을 것입니다. 가볍고 튼튼해 여기저기서 각광받고 있는 티타늄 이야기, 어떠셨나요? 앞으로도 다양한 원소이야기로 여러분을 찾아 뵙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글: 촉매연구팀 이승엽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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