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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miLOG

헌혈한 피는 왜 굳지 않을까?

6월 14일세계 헌혈자의 날입니다. 생명의 소중함을 위해 자신의 혈액을 무상으로 기증하여 생명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헌혈자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날인데요. 여기서 퀴즈! 상처에서 흐르는 피는 시간이 지나면서 굳어서 딱지가 생기는데요. 헌혈 팩 속 피는 왜 굳지 않는 것일까요? 

 

 

01

혈액형을 나누는 기준

   

 

인간의 몸에는 약 5L의 혈액이 흐르고 있는데요. 이 중 40%를 잃으면 생명이 위험합니다. 때문에 큰 사고를 당해 수술을 받는 경우 수혈이 필수적이죠. 수혈을 위해서는 타인의 혈액과 자신의 혈액이 같은 형질을 띄고 있어야 하는데요. 이 형질을 나누는 기준이 바로 혈액형입니다. 


우리가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혈액형 구분 기준은 1901년 오스트리아의 생물학자 ‘카를 란트슈타이너’가 만든 ABO식 구분입니다. ABO식 혈액형은 혈액의 적혈구 표면에 있는 A, B 항원과 항체의 유무로 판단되는데요. A형은 A항원을, B형은 B항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AB형의 경우 A항원과 B항원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O형의 경우 두 항원 모두 가지고 있지 않죠. 항체 유무는 반대인데요. A형은 B 항체를, B형은 A항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O형은 두 항체를 모두 가지고 있으며 AB형은 항체가 없죠. 
ABO식 외에도 보편적으로 알려진 혈액형 구분으로는 Rh인자에서 항원 D 유무로 판단하는 Rh±식이 있습니다.  

 

 

02

혈액이 굳지 않는 이유

  

 

혈액형의 존재가 밝혀진 뒤 인류는 안전한 수혈이 가능했는데요. 초기 수혈은 피를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을 동시에 연결해야 했습니다. 몸 밖으로 나온 피는 금방 굳어버렸기 때문이죠. 


그러던 중 1914년 ‘구연산나트륨’이 피의 응고를 막는다는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구연산나트륨은 무색무취의 가루로 약간의 짠맛을 가지고 있는데요. 구연산 나트륨은 혈액 속 응고 작용을 담당하는 칼슘을 포착해 항응혈 효과를 발휘합니다. 이를 이용해 소량의 구연산나트륨을 혈액에 섞어 몸 밖으로 꺼낸 피를 수혈할 수 있게 되었죠. 


이 외에도 피를 장기 보관하기 위해서 포도당 등을 혈액에 섞는데요. 포도당은 세포에서 에너지를 얻기 위해 가장 먼저 쓰이는 물질로 혈액 속 적혈구의 먹이가 되는 역할입니다. 

 

 

03

혈액 팩 속에는 어떤 물질이?

   

 

현재 우리가 헌혈 시에 사용하는 혈액 팩에는 다양한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크게 두가지로 나뉩니다. 혈액이 굳지 않게 작용하는 항혈액응고제와 혈액이 변질되지 않게 돕는 혈액 첨가제입니다. 


항혈액응고제는 구연산 (C6H8O7), 구연산나트륨 (C6H9Na3O9), 인산이수소나트륨 (NaH2PO4), 포도당 (C6H12O6), 주사용수*가 있는데요. 이 중 구연산과 구연산나트륨은 혈액 내 칼슘 이온을 감소시켜 응고를 막고 인산이수소나트륨은 세척액을 만들 때 쓰입니다. 포도당은 앞서 말했듯 적혈구의 먹이가 되며 멸균 식염수가 주사용수로 쓰입니다. 

 

*주사용수: 주사제로 사용되는 용제나 희석제, 또는 주사제의 제조 과정에서 필요한 용매.


혈액첨가제의 경우 아데닌, 염화나트륨(NaCl), D-만니톨(C6H14O6) 등이 쓰이는데요. 아데닌은 단백질 합성과 DNA, RNA 구성요소이며 염화나트륨은 이온화를 위해 쓰이는 물질입니다. 마지막으로 D-만니톨은 일종의 식품 첨가제로 흡습성 성분의 결착을 막는 데 사용됩니다. 혈액 첨가제 안에서는 삼투압 효과를 저지합니다.

 

 

04

플라스틱 혈액 팩의 비밀은?

   

혈액 팩 안에는 이렇게 다양한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초기에는 이런 혈액 팩을 유리병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재사용 시 깨끗하게 소독하지 않아 감염의 위험이 있었고, 부주의로 파손될 위험도 있었죠. 


실제로 외과의사 ‘칼 월터’는 수술 방에서 유리 혈액 팩을 깨트린 뒤 새로운 재질의 혈액 팩을 개발하기 시작했는데요. 당시 듀폰사에서 나일론을 개발한 것에서 영감을 받아 플라스틱 재질의 혈액 팩을 발명했습니다.

 

▶세상을 놀라게 한 나일론의 탄생이 궁금하다면?
[월간화학] 나일론의 탄생

 

[월간화학] 나일론의 탄생

[월간 화학] 나일론의 탄생 진정일 (고려대 명예교수, 전 IUPAC 회장) ✒️’월간 화학’은 과학자가 들려주는 화학 이야기로 외부 필진의 화학 칼럼을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지금으로부터 84년

www.chemi-in.com

 

플라스틱 혈액 팩은 보관이 용이하고, 안전한 것과 동시에 현대 수혈의 패러다임을 바꾼 역할을 했는데요. 바로 튼튼한 내구성으로 원심 분리가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혈액을 원심 분리할 수 있게 되자 혈액 안 혈소판 등을 분리해 성분 헌혈이 가능해 졌습니다. 

헌혈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행동 중 하나입니다. 아무런 대가 없이 자신의 ‘’를 나누는 행위이기 때문인데요. 우리나라의 헌혈은 6.25 전쟁 중 수혈의 효과를 경험한 군의관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하죠. 나를 나눔으로써 타인을 살리는 헌혈, 그 속에 숨은 화학을 생각하며 오늘은 헌혈을 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종합 케미칼 & 에너지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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