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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miLOG

[케미X스토리] 휘발유는 어떻게 ‘무연’이 되었을까?

안녕하세요, 블로그 지기입니다. 석유화학제품 중에서 오늘은 휘발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텐데요. 휘발유는 우리 생활의 발전과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연료입니다. 정확한 명칭은 ‘무연(無鉛) 휘발유’인데요. 바로, 납이 없는 휘발유라는 것이죠. 이 이름이 붙은 데는 긴 사연이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좌충우돌! 휘발유가 개발된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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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전성시대, 그리고 사소한 문제

   

20세기는 내연 기관의 전성기였습니다. 견고한 엔진에 힘입어 자동차와 비행기들이 온 거리와 하늘을 뒤덮었고, 인간은 시공간의 제약에서 조금 더 자유롭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보급도 덩달아 빨라졌고요. 모든 것이 가속하는 시대, 자연스레 연료인 휘발유가 지닌 가치도 높아졌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신기술의 수혜를 맘껏 누리며 모든 것이 순탄한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아주 사소한 문제가 있었죠. 이른바 ‘노킹’ 문제였습니다. 노킹은 자동차나 비행기 엔진이 점화될 때 휘발유가 불규칙적으로 폭발하는 현상으로 큰 소음과 진동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연비 효율을 감소시키는 골칫거리였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휘발유는 불완전한 연료였는데요. 운전자들은 노킹의 불편함을 감내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업들은 노킹을 해결하기 위해 갖은 공을 들였고, 점차 노킹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난제로 부상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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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의 등장?

  

 

노킹 문제의 해결사는 발명가이자 화학자였던 토머스 미즐리였습니다. 미즐리는 노킹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첨가제가 필요하다고 여겼는데요. 온갖 물질로 실험을 거듭하던 그는 요오드(아이오딘, Iodine)가 노킹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실용성이었습니다. 요오드를 첨가할 경우 휘발유의 단가는 급격히 높아졌는데, 상업성을 고려하면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고심 끝에 미즐리는 차선책으로 테트라에틸납, 즉, 을 대체제로 찾았습니다. 테트라에틸납은 독성을 갖고 있었지만, 기름에 잘 녹아들며 연료가 부드럽게 연소하도록 돕는 작용을 하며 노킹 방지에 효과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도 큰 매력이었고요,. 그렇게 테트라에틸납이 첨가된 ‘유연 휘발유’가 시장에 유통되기 시작했습니다. 유연휘발유는 자동차 연비를 획기적으로 증가시켰고, 개발자인 미즐리는 위대한 발명의 공로를 인정받아 큰 명성을 얻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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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 휘발유 속 납이 진짜 큰 문제

   

그럼에도 유연 휘발유 속에 잠재된 위험성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첨가제로 쓰인 납 성분은 근본적으로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눈에 불 보듯 뻔했죠. 유연휘발유의 인기가 치솟을수록 부작용은 눈덩이처럼 커져만 갔습니다. 제조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물론이고, 이내 소비자들까지 납 중독 증세를 겪기 시작한 것입니다.

납에 노출되면 뇌 기능에 영향을 준다고 하는데요. 특히, 어린아이들의 뇌에 영향을 미쳐 지능을 떨어뜨리고, 반사작용이 둔화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유연 휘발유는 또, 심장병, 뇌졸중 등 특정 암과도 관련이 있다고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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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 휘발유를 막아라

   

 

유연 휘발유의 독주를 막은 건 지구과학자 클레어 패터슨이었습니다. 지구의 나이를 측정하는 연구를 진행하던 그는 대기 중 함유된 납으로 인해 연구에 애를 먹고 있던 패터슨은 납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치밀한 분석 끝에 그는 일상 속, 대기 중에 떠도는 납의 농도가 과도하게 높다는 무서운 진실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유연휘발유가 유통되기 시작한 직후부터 대기 중 납 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습니다. 환경과 수많은 이들의 목숨이 걸린 중대한 문제를 알아버린 것이죠.

이 시점부터 패터슨은 유연 휘발유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유연 휘발유는 시중에 유통되는 연료의 90%가량을 차지하는 품목이었고, 납의 위험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높지 않았습니다. 기업들과 맞서는 것도,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 것도, 무엇 하나 쉽지 않았지만 그는 유연 휘발유를 막기 위해 일평생을 바쳤습니다.

마침내 1986년, 미국에서 유연 휘발유의 판매를 금지하는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세계 각국에서도 같은 행보가 이어졌고, 한국도 1993년부터 유연휘발유 사용을 금지했죠. 패터슨은 납으로부터 인류를 구한 영웅으로 추앙받는 반면, 유연 휘발유의 개발자 미즐리는 효율을 위해 인류를 위험에 빠뜨린 주범으로서 갖은 불명예를 떠안아야 했습니다. 최근, 알제리에서 유연 휘발유 판매를 금지하며 유연 도입 99년 만에 유연 휘발유 사용이 완전히 종식됐습니다. 


오늘날에는 납 대신 에탄올이 함유된 ‘무연 휘발유’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납으로부터 안전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데요. 만약 미즐리가 자신의 발명품이 미칠 악영향을 충분히 고려해, 납을 대체할 물질을 찾고자 노력했다면 대규모 납중독 사태와 같은 끔찍한 결과는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겠죠? 기존의 것을 개선하는 일이 반드시 이로움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교훈을 되새기며, 휘발유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종합 케미칼 & 에너지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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