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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으로 석유를 만들 수 있을까?

 

안녕하세요? 한화토탈에너지스 블로그지기입니다. 태풍 힌남노로 긴장하고 추석으로 즐거웠던 9월을 지나 10월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날씨도 제법 쌀쌀해져 완연한 가을이 된 것 같은데요, 특히나 올 10월은 초입부터 연이은 월요일 휴일로 월요병을 앓는 직장인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달이기도 하지요.

요즘처럼 가을하늘이 푸르른 10월에 태어난 화학자가 있어 소개해드립니다. 바로 독일 화학자 프리드리히 베르기우스(Friedrich Bergius, 1884~1949)인데요, 특별한 업적으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오늘날 에너지가 중요한 이슈가 되면서 그 업적이 재조명되기도 하였습니다. 베르기우스 박사가 매진했던 연구의 중심에는 이러한 물음이 있었습니다.


“석탄으로 석유를 만들 수 있을까?”

 

 

01

석탄과 석유, 알고 보면 ‘이것’의 비율 차이

   

 

석탄과 석유. 형제처럼 함께 연상되는 두 원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색깔이 까맣다, 땅 속에서 고온·고압으로 만들어진 화석연료다, 현대사회를 움직이는 에너지 자원이다 등 여러가지가 있을텐데요. 이 둘이 비슷해보이는 이유는 화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석유와 석탄은 모두 주성분이 탄소와 수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다만 수소의 비율에서 차이가 생기는데요. 석유는 수소의 비율이 13% 이상이고, 석탄은 수소의 비율이5% 이하여서 석탄에 수소를 더 첨가한다면 석유와 흡사하게 전환시킬 수 있습니다. 

석유와 석탄은 탄소 함유량으로 한번 더 분류해 각각의 특성에 따라 다른 용도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액체인 석유는 끓는점 차이를 이용한 분별 증류를 통해 탄소 함량이 적은 것부터 많은 것까지 LPG, 가솔린, 나프타, 등유, 경유, 중유 등으로 분류되어 우리의 실생활에서 다양하게 활용됩니다. 석탄의 경우는 탄소 함유량에 따라 탄소가 60% 미만이면 이탄, 60~70%이면 아탄, 70~80%이면 갈탄, 80~90%이면 역청탄, 90% 이상이면 무연탄이 됩니다. 이중 무연탄은 한번 불이 붙으면 오래 가고 탈 때 연기가 잘 나지 않아 보통 가정용 연탄으로, 역청탄은 연료 효율이 높아 산업용으로 제철소, 발전소 등에서 쓰입니다.

 

 

02

조국을 위한 마음으로 석유 제조에 몰두한 베르기우스

  

 

석탄은 18세기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산업혁명을 맞은 인류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게 됩니다. 그러다 20세기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주인공 자리를 석유에 내주게 되는데요. 전투기기가 이전보다 더욱 발전되고, 현대적인 운송수단이 쓰이면서 보관이나 운반이 쉬운 액체 연료가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더해, 석유 기반 플라스틱이 전세계에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것도 당시 석유에서 연료로 사용되는 성분을 분리하고 남은 막대한 양의 석유 성분을 활용하기 위해 많은 연구가 있었기 때문이죠.

독일 출생의 베르기우스가 석유를 만들기 위한 제조 연구에 뛰어들게 된 배경에도 제1차 세계대전이 있었습니다. 세계대전 발발 이후 그의 조국이었던 독일이 석유난으로 곤경에 처한 상황을 목격하게 된 것입니다. 독일은 석탄이 풍부했지만 석유는 나지 않아 탄약이나 대포, 미사일 로켓 등의 보급품을 270만 마리가 넘는 말을 활용해 나르기에 이르렀는데요, 그만큼 액체 연료였던 석유가 심각하게 부족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에 뛰어든 독일의 많은 화학자들처럼 화학도로서의 길을 걷던 베르기우스도 합성석유를 만들기 위해 몰두하게 됩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1913년, 석탄을 먼지처럼 부순 가루를 고압 상태에서 수소에 작용시켜 액화하는데 성공하게 되고 이를 베르기우스법이라고 명명하게 됩니다. 

이러한 연구결과가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실용화하는 과정도 매우 중요했는데요, 연구의 성공 이후에도 12년간의 많은 시간과 거액을 투자하여 결국 독일의 IG사와 협력하게 되고 그 이후 석탄을 휘발유로 대량 전환하는데 성공하기에 이릅니다. 

 

 

03

베르기우스법으로 노벨 화학상 수상

   

 

베르기우스법은 과거 수백년 동안 행해져 온 탄소증류에 간단한 발상의 전환으로 탄생한 방법이었습니다. 탄소증류란 석탄을 공기가 차단된 밀폐 용기 안에 넣고 가열한 후 기체를 다시 액화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면 고순도의 탄소 덩어리인 코크스가 남고 탄소와 수소 상당 부분이 기체로 방출되는데 이를 다시 냉각해 액체로 만들어 석유를 만들고자 한 것이죠. 그러나 증류 과정에서 대부분의 수소가 탄소와 잘 결합되지 않았고, 얻을 수 있는 양이 적어 성공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베르기우스는 증류가 일어나는 동시에 수소를 고압으로 밀어 넣어 더 많은 수소가 석탄과 화학적으로 결합하게 했습니다. 또한 열을 더욱 고르게 분산시키고 정확한 온도 조절을 위해 가루로 만든 석탄을 오일과 섞어서 고압의 수소로 처리하는 방식을 고안해냈습니다.

이로써 과도한 열에 의해 석탄 속에 있는 탄화수소가 파괴되는 것을 방지하였고 고압 상태에서 수소를 가해줌으로써 훨씬 많은 양을 석유로 전환할 수 있었습니다. 베르기우스는 독자적으로 고압반응기술을 개발해 100~200기압의 압력과, 400~500℃의 온도가 최적의 조건임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추후에는 IG사와의 협력을 통해 촉매를 사용하게 되면서 더욱 높은 품질과 수율로 석탄을 석유로 전환할 수 있게 되었지요.

베르기우스의 발명으로 독일에서는 연간 10만톤 규모의 합성석유 공장이 건설되기 시작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독일군 전체 유류 사용의 57%, 항공용 가솔린의 95%를 합성석유로 충당할 정도로 독일에 미친 영향력이 대단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석유산업 전반에 적용되면서 막대한 산업 형성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그의 이러한 업적으로1931년에는 하버-보슈법으로 식량의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던 보슈 박사와 공동으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인류를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한 위대한 발명, 하버-보슈법도 궁금하다면?

 

인류를 먹여 살린 화학, 하버-보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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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결할 열쇠로 떠오른 액화석탄

   

 

석탄을 석유로 전환시키는 석탄액화기술CTL(Coal To Liquid)라고도 하는데요, 20세기 중반까지 독일과 영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용되었다가 대규모 유전의 발견으로 값싼 석유가 공급되면서 CTL 공장은 가동을 중단하게 됩니다. 
그러나 최근 석탄액화기술이 다시 조명받고 있습니다. 매장량이 한정된 석유 공급을 석탄으로 대체할 수 있고, 석탄을 연소할 때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을 줄일 수 있어 친환경 대체 에너지로 떠오르게 된 것이죠. 또한 고체 상태보다 액체 상태일 때 더 많은 산소와 안정적으로 결합할 수 있어 더 높은 효율의 연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한 몫 했습니다.

오늘날에는 전세계적으로 에너지원이 다양화 되고 있는데요. 액화석탄을 활용하면 원유 의존도를 낮춰 고유가 시대에 안정적으로 석유를 수급할 수 있고 석유가 사용되는 모든 곳에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해 유용하게 쓰임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에너지입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의 노벨상 시상 연설을 살펴봐도 베르기우스 박사의 석유 전환 기술이 석유 고갈 가능성을 해결한 점을 높이 평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석유가 인류사회에 갖는 영향력과 중요성에 비해 한정된 매장량으로 인한 고갈 문제는 100여년 전에도 과제로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은 ‘석탄을 석유로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노력과 이를 획기적으로 성공해 인류사에 큰 공헌을 한 베르기우스 박사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우리의 일상을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원인 석유와 석탄, 그리고 다가올 환경 문제에도 슬기롭게 대응하기 위한 모두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다음에도 에너지와 관련한 흥미로운 주제로 돌아오겠습니다!


  

종합 케미칼 & 에너지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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